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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당원이 20만 명을 살린 역설 — 욘 라베에 대해 당신이 몰랐던 것들

storyondo 2026. 6. 24. 10:05

그는 나치 당원이었습니다. 그리고 20만 명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1937년 난징. 일본군이 도시를 휩쓸던 그 6주 동안, 한 독일 기업인이 나치 깃발을 펼쳐 사람들을 그 아래 숨겼습니다. 욘 라베 — 역사에서 가장 모순적인 영웅의 이야기입니다. 🌿


난징 안전구역을 지키는 욘 라베 (AI 생성 이미지)

 

◆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 27년간 중국에서 산 지멘스 직원

욘 라베를 이해하려면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1882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라베는 1908년 중국에 도착했고, 1910년부터 난징과 베이징, 상하이 등지에서 지멘스 AG 중국법인을 담당했습니다. 무려 27년을 중국 땅에서 산 사람이었습니다. 중국어를 할 줄 알았고 중국 이웃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나치당에 가입한 것도 이념적 신념이 아니라 당시 해외 독일인 사회에서 당원이 되는 것이 일종의 사회적 관례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역사가들의 평가입니다. 라베는 히틀러가 독일의 전통 가치를 수호하는 지도자라고 막연히 믿었을 뿐, 나치즘의 실체를 꿰뚫어보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과오였습니다.

그 평범한 직장인이 1937년 12월, 역사 앞에 서게 됩니다.


◆ 나치 깃발 아래 사람을 숨기다

1937년 12월 13일. 일본군이 난징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이후 6주 동안 벌어진 일은 역사상 가장 잔혹한 학살 중 하나로 기록됩니다.

라베는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국제위원회를 조직하고 난징안전구역을 설정했습니다. 외국 대사관과 난징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구역에 중국 민간인들을 피신시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왔습니다. 라베의 자택 지하실이 가득 찼습니다. 문을 잠갔지만 사람들이 담을 넘어 들어왔습니다. 무릎을 꿇고 울면서 가족을 살려달라고 했습니다.

라베는 자택 정원을 내어줬고, 밖에서 일본군에게 보이지 않도록 정원 위에 하켄크로이츠를 크게 깔아 그 밑에 중국인들을 숨겼습니다.

적국의 상징이 사람을 살리는 방패가 됐습니다. 나치 깃발이 펼쳐진 곳에는 일본 전투기가 폭탄을 투하하지 않았습니다. 라베는 그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활용했습니다.

라베는 잠도 안 자고 직접 순찰하며 중국인들을 지켜냈고, 그 모든 상황을 일기로 남겼습니다.


일기를 쓰는 욘 라베 (AI 생성 이미지)

 

◆ 일기를 히틀러에게 보냈지만 — 게슈타포가 먼저였다

독일로 돌아온 라베는 난징에서 일어난 일을 세상에 알리려 했습니다. 히틀러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일본군의 만행을 보고했습니다.

히틀러는 욘 라베라는 사람이 자신에게 일본군의 난징 대학살에 관해 편지를 썼다는 것 자체를 몰랐습니다. 일본군이 난징에서 어떤 일을 벌였는지도 몰랐습니다. 편지는 히틀러에게 닿지 않았습니다.

대신 게슈타포가 먼저였습니다. 라베는 비밀경찰에 끌려가 일기를 압수당하고 난징 대학살에 대해 침묵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당시 독일은 일본과 동맹이었고, 동맹국의 만행을 폭로하는 것은 금지였습니다.

일기는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졌습니다. 반세기 가까이.


◆ 전후의 삶 — 나치라는 낙인

전쟁이 끝났습니다. 라베에게는 새로운 악몽이 시작됐습니다.

종전 뒤 라베는 자신의 나치당원 전력을 고발당하여 처음에는 소련군, 나중에는 영국군과 미군에 차례로 체포됐습니다. 지멘스 본사의 중재 덕분에 간신히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20만 명을 살린 사람이 나치 당원이었다는 이유로 두 번이나 체포됐습니다. 무죄를 인정받았지만 이미 그의 삶은 무너져 있었습니다. 일자리를 잃었고 재산도 없었습니다.

그의 장례에 온 사람은 아내와 자녀들, 그리고 몇몇 친구뿐이었습니다.

난징에서 20만 명에게 둘러싸였던 사람이, 베를린에서 가족 몇 명에게만 배웅받았습니다.


◆ 난징에서 온 소포 — 굶주린 영웅에게 중국인들이 한 일

나중에 난징 대학살 중 그의 선행을 알아본 중국 정부로부터 다달이 음식과 돈이 담긴 꾸러미를 지급받아 정기적인 경제 지원을 받았습니다.

자신들을 살려준 그 독일인이 베를린에서 굶고 있다는 소식이 난징에 전해졌습니다. 중국인들이 움직였습니다. 매달 소포가 베를린으로 향했습니다. 음식이 담겼습니다. 돈이 담겼습니다.

살린 사람이 살림을 받았습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몇 해였습니다.

라베는 1950년 1월 5일,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67세였습니다.


◆ 50년간 잠들어 있던 일기 — 그리고 비석 이전

라베가 죽고 반세기가 지난 1996년, 그의 일기가 마침내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손녀가 보관하고 있던 일기였습니다. 영어로 번역되어 출판됐고 제목은 '난징의 의로운 이(The Good Man of Nanking)'였습니다.

1997년에는 그의 비석이 베를린에서 난징으로 옮겨졌으며, 난징대학살기념관 안의 '영예로운 곳'에 안장됐습니다.

베를린의 무덤에서 자신이 지킨 그 도시로 돌아갔습니다. 47년 만이었습니다.


난징에 안장된 욘 라베의 비석 (AI 생성 이미지)

 

◆ 후손이 지금도 받는 협박 — 그리고 이어지는 책임

욘 라베의 손자 토마스 라베는 일본 우익 세력으로부터 여러 차례 위협을 받은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역사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자신의 신념이라고 말했습니다. "라베의 후손으로서 우리는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불의 앞에서 절대로 방관해서는 안 됩니다."

할아버지가 1937년 선택한 것을 손자가 지금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같은 신념으로.


◆ 오늘 우리에게 욘 라베가 전하는 것

그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나치 당원이었고 히틀러를 훌륭한 지도자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보았을 때, 이념보다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나치 깃발 아래 20만 명을 숨겼습니다. 일기를 썼습니다. 침묵하라는 명령에도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 기록이 50년 뒤 역사의 증거가 됐습니다.

완벽한 사람이 세상을 구하는 게 아닙니다. 그 순간에 옳은 일을 선택한 사람이 세상을 구합니다.

오늘 여러분의 마음속 온도도 1도 더 따뜻해졌기를 바랍니다. 🌿


📺 함께 보면 좋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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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온도 유튜브 — 욘 라베 편 토요일 영상 공개 후 링크 추가
▶ tvN 벌거벗은 세계사 — 난징대학살 편 (설민석) → 유튜브 검색: "벌거벗은 세계사 난징대학살"
▶ 영화 '욘 라베 (John Rabe, 2009)' → 넷플릭스 또는 유튜브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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